대추리 문제의 본질

문제는, 경찰의 방패와 진압봉도, 시위대의 죽창도 아니다. 폭력시위도 강경진압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어설픈 양비론으로 이야기하자면, 시위대나 경찰이나 군인이나 잘한 건 전혀 없다.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왜 충돌이 일어났지? 왜 시위대와 경찰은 대추리로 모였지?" 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미군기지 이전이 시위대와 주민들에 의해 방해되서" 라고 한다.
적법한 절차로 진행되었니까 무조건 나가야 한다. 국가가 개인의 집과 땅을 필요로 하면, 보상금만 쥐어주면 언제든지 그 개인을 쫓아낼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마치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빈민촌이 외국인들에게 거슬릴 수 있다는 이유로 전부 철거한 것처럼.)

남은 자들의 반대 이유는 간단하다. 계속 그곳에 살고 싶어서이다. 보상금이고 뭐고 필요없으니 그냥 살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 남은 대추리의 주민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이미 보상금을 받아서 떠났다. 남은 자들은 대부분 아무리 보상금을 받더라도 고향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아무리 보상금을 받더라도 다른 곳에서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이다.

그저 고향에 계속 살고 싶다는 소망이 곧 불법이며, 연행의 대상이다.

얼마 전에 본, 에버랜드 옆에 살고 있는 노부부의 기사가 생각난다. 노부부가 자신들에게 집을 팔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은 주변의 모든 땅과 길을 매입하고 전기와 전화를 끊은 뒤, 유일한 진입로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하는 직원까지 배치했다. 그들 역시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via
평택 시위와 강남 재건축 - CN의 연습장
대추리, 그 기만의 매트릭스 - 민노씨네
짧은 선동 - ozzyz review
대추리, 화가나서 또 얘기한다. - 외계인 교차점
대추리 행정대집행 - myeyes



by cypher | 2006/05/07 14:04 | 메이저 잡담 | 트랙백(6)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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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N의 연습장 at 2006/05/07 16:01

제목 : 평택 시위와 강남 재건축
이사가기 싫은 것도 죄가 되는 사람이 있다. 평택에 사는 일부 사람들은 이사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국가는 그들 중 400명을 연행하고 120명 상해를 입혔다. 이사가기 싫어해서 받는 벌칙으......more

Tracked from So at 2006/05/07 19:58

제목 : 대추리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저께 거의 밤을 샌 까닭에 저녁무렵 정신상태는 거의 비몽사몽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올라탄 버스에서 잠을 청했지만 잘 수가 없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자꾸 머릿속으로 영상이 그려졌다. 무자......more

Tracked from log for me. at 2006/05/08 04:09

제목 : 평택 문제. 견딜 수 없는 것.
'폭력 시위'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근절(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나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국민들의 절반 이상은,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었다. 그들의 이중성을 견딜수가 없다. 시위대의 폭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들은 군경의 폭력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개인의 폭력은 부정하면서 국가의 폭력은 인정한다'라는, 조금은 진부한 단어를 쓸 수 밖에 없고 절실히 쓰고 싶다는 것이 더욱 싫다....more

Tracked from myeyes at 2006/05/08 14:44

제목 : 전경들이 요구해야 할 것
대추리 사건에서 주민과 시위대 이외에 또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대집행과 시위 진압에 동원된 전경 개개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군대에 끌려가는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전경으로 차출되어 ......more

Tracked from 거리로 나가자, 키스를.. at 2006/05/09 02:42

제목 : [트랙백릴레이선언]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한다
"우리는 어디 가도 장사도 못 하고 해먹을 것도 없고 그저 오로지 여기다 노면 두더지마냥 땅만 파서 먹고 살 테니께, 여기다 그냥 나둬, 놔두라고. 내가 그랬어. 당신네들 현명하게 살으라고 그랬어. 사람 인생 산다는 거 한 시간 후에 죽을지 십년 살지 반년 살지 한치 앞을 모르고 사는디, 당신네들이 우리 농민들 모가지 짤라서, 지장물 검사해서 더 높은 계급으로 살랑가는 몰라도 현명하게 살으라고. 당신네, 사람 한번 죽어지면 그만이더라고….......more

Tracked from take-off at 2006/05/09 13:55

제목 : 대추리에 관한 두번째 문장
합법이라는 가죽을 씌워놓은 국가권력에 의해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추리 문제의 본질 - cypher's notepad...more

Commented by zhee at 2006/05/07 16:31
내가 보기엔 두 집단 모두 " 우리편 한명만 죽어라, 죽으면 언론플레이로 개지랄을 해주마 " 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 보여. 우리나라는 이제 낚시공화국이야.
Commented by So.. at 2006/05/07 19:56
안녕하세요 한겨레에서 님의 트랙백을 보고 따라왔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자꾸만 사람들은 보상문제를 걸고 넘어지는데, 본질적인 것은 님의 말씀대로 세번이나 땅을 뺏길 수 없다는, 그 분들의 한인데 말이죠..

더불어 평택시 전체가 미군기지화 되고 있어요, 대추리 외의 지역은 국제화 지구 개발계획 해당지역으로 선정되서 사실상 외국인 거주지역이 되거든요. 평택에 뿌리내릴 사람으로서 정말 걱정되고 무섭습니다..휴..
Commented by So.. at 2006/05/07 19:57
참 질문 하나 할께요? 혹시 펜탁스 유저신가요? 사진의 로고를 보고 긴가민가해서요^^;
Commented by 라엘 at 2006/05/07 21:21
... 니야님 이글루에서 트랙백 따라 왔습니다. zhee님의 말처럼, 매스컴과 블로그를 이용해가며 대추리 사태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두고 가장 먼저 분노해야 하는 부분은, (가장 기본적으로) 인권 침해라는 부분이고, 그 다음이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문제를 논제로 다루는 많은 포스트와 그 밑에 달리는 덧글들은, 선정적인 것들 너무 많고, 그로 인해 진실이 묻혀버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미 눈에 익은 아이디를 가지신 많은 이웃 블로거님들의 냉정하고 바른 의견 개진을 보면 일단 안심은 되는데요, 제 주변에서는 (뉴스에 관심없고, 정치에도 신경 쓸 시간 없는 많은 바쁜 생활인들...ㅠㅠ), 이번 대추리 사건에 제가 분노하는 것을 참으로 의아해 합니다. 저는 오락 프로에 웃고 스포츠 뉴스에 열광하는 제 주변의 지인들이 더욱 슬픕니다.
Commented by 건전유성 at 2006/05/07 22:44
사실 일부 블로그들이나 이런 소리들을 하고, 스포츠사이트 등의 일반적인 곳을 가면,
대추리 문제 게시물엔 '빨갱이들은 북한에 보내야 해요' '한총련들 지랄하는구나' 하는 소리를 평소 다른 주제나 해당 스포츠에 대해선 박식하고 멋지고 냉철한 글들을 쓰는 사람들이 찍찍 뱉어내고 있는게 현실이지. 그걸 하나하나 대꾸해 주기도 피곤할 정도임.
Commented by cypher at 2006/05/08 00:31
zhee: 이제, 문제의 본질은 때려치우고 다들 그런거에만 낚시를 노리고 있지.
So..: 펜탁스유저 맞심다. 방금도 펜포 출사 갔다가 술먹고 들어왔군요. :)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부차적인 것에 촛점을 맞추는 언론과,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두려울 따름입니다.
라 엘: 제 입장은, 제가 공돌이라 워낙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단순합니다. '왜 내쫓는가?' 입니다. 하지만 언론과 사람들은, 그것보다 부차적인, 폭력적인 면에만 반응하고 열광하죠. 문제의 본질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간단한데 말이죠.
유성: 요즘 블로그스피어 돌아다니다 보면 섬찟해요. 주민들의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느니..그냥 무시하기엔 또 너무 많죠? 그리고 요즘엔 '빨갱이들은 북한에 보내야 해요' 하는 '블로그' 도 많아요. hehe
Commented by luxferre at 2006/05/08 09:09
에버랜드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에버랜드 해명문은 기사하고 다르던데.
그 심노인이 살고 있는 속칭 동막골은 심씨 종중의 재산이라 심씨한테 압박해서 팔라고 할수 있는 토지가 아니고 심씨는 관리인 입장으로 살고 있는거고.
종중이나 심씨가 에버랜드 측에 전기인입 관련 협조 요청을 직접 한적도 없고, 이 기사 때문에 4월에 한전이랑 모여서 협의도 한것 같은데 전기인입비용이 많이 들어 한전에서 태양열발전기를 제안했는데 이것도 종중에서 비싸다고 못하겠다고 했다고..
결국 삼성 걸고넘어지는 낚시기사 같은데. 삼성 나빠요라고 기사쓰면 무조건 오 그런 나쁜놈들이라는 분위기 아닌가...
Commented by 엘리시움 at 2006/05/08 13:16
내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게 민주주의는 아닐텐데요. 보상도 싫다 그냥 여기서 살란다. 결국 말하자면 나라에서 어찌하건 내 하고 싶은 대로 할란다 단적으로 그거 아닙니까.
만일 예를 들어 이 대추리가 논란의 미군기지가 아니고 유네스코 강제 지정(그런 건 없지만) 야생보호지구로 지정되어 인간 출입금지가 되었다 가정합시다. 그래도 그 일군 땅을 지키고프다는 소수 주민의 의지를 수용하시겠습니까. 범대위니 뭐니가 이리도 난리 칠까요. 글세요. 똑같이 평생의 땅을 빼앗기기(?)는 매일반인데 말입니다.
요는 이게 미군기지기 때문에 모든 일이 격해지는 것 같다는 거죠. 하필임 그 미운 미국, 반미주의자들이 주민들 주장에 묻어 양키고홈 선동하기 좋은 미군이기 때문에 말이죠.
Commented by cypher at 2006/05/09 02:23
luxferre: "..자연농원 (현 에버랜드)가 개장하면서 인근의 땅을 사들였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팔지 않았습니다. 16대조 할아버지부터 부모님까지 묻혀있는 종중땅을 도저히 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에버랜드측은 수십년간 사유지라는 이유로 전봇대 가설 등 전기공급을 위한 공사에 동의를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태양열발전기 이야기는 기사에서는 찾지 못하겠군요.

엘리시움: 그렇다고 해서 국가에서 하라는대로만 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는 아니죠. 물론 미군기지이기 때문에 한총련 등이 개입하면서 사태가 더 격해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에게 국민을 강제이주시킬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거부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말씀하시는 대로 '민주적' 으로 일을 진행시켰더라면 이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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